편의점

어쩌면 일본 편의점은 이 세상에서 천국에 가장 가까운 곳이 아닐까?

urashimayuuki

한국에 살았을 때 일본에 일시귀국할 때마다 내가 제일 먼저 감동한 게 바로 편의점이었다.

물론 한국에도 편의점이 많지만 내용면에서 일본 편의점과 게임이 안 된다.
빼곡하게 진열된 도시락류, 과자류, 음료류, 그리고 겨울에는 뜨끈뜨끈한 오뎅과 찐빵. 그리고 눈부신 색채로 보는 이를 유혹하는 각종 디저트들…
음식뿐만 아니다. 잡지면 잡지, 문방구면 문방구, 외박 세트에 약품, 복사기, 배달 서비스까지. 현대 도시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그 좁은 공간에 꽉 압축되어 있다.
“가려운 곳을 긁어 준다”는 말은 일본 편의점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
그리고 정말 내가 큰절 올리지 않을 수가 없는 게 바로 화장실을 빌려 주는 시스템이다. 길 가다가 갑자기 신호가 왔을 때, 한국 같으면 이마에 진땀 흘리면서 우왕좌왕해야 하는 법이지만 일본에서는 눈에 띄는 대로 아무 편의점이나 들어가면 웬만한 위기는 넘길 수 있다(그 대신 화장실 없는 편의점에 들어가 버렸을 때 절망감은 100배가 된다).
편의점 바닥도 잘 닦여져 있어 늘 반짝반짝거린다.
무엇보다 점원들의 태도가 훌륭하다. 어떤 시간대에 찾아가도 “이랏샤이마세(어서 오세요)!”, “젠부데 욘햐쿠 고주엔니 나리마스 (450엔 입니다)”, “아리가토 고자이마시타(감사합니다)!”
아주 기분 좋게 인사를 해 준다. 동작도 늘 활달하고 고객이 없어도 언제나 바른 자세로 서 있다.
정말이지 일본 편의점은 훌륭하다……고 하는 것은 고객 입장이었을 때 이야기.

실은 나도 학생 시절에 도쿄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적이 있다.
감히 말하건대, 일본 편의점 알바만큼 이 세상에서 지옥에 가까운 것도 없다.
한국에 살다 돌아와서 그 마음은 자꾸 강해지기만 한다.
일단 상품이 너무 많다.
빼곡하게 진열된 도시락류, 과자류, 음료류… 위치를 외우는 데만 해도 머리가 터질 것 같고, 넣었다 뺐다 끝이 없다.
겨울의 뜨끈뜨끈한 오뎅와 찐빵은 청소가 어찌나 귀찮은지.
눈부신 색채로 보는 이를 유혹하는 디저트들도, 도대체 그렇게나 많이 필요한지 의문스럽다.
음식뿐만 아니다. 잡지면 잡지, 문방구면 문방구, 외박 세트에 약품, 복사기, 배달 서비스까지… 어느 세월에 다 외우라는 거야! 현대 도시생활의 모든 것을 꽉 압축해서 넣기엔 알바생 머리통은 너무 작다.
“가려운 곳 긁어야 하는” 입장도 한번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곤욕스러운 게 화장실 청소다… 바람처럼 뛰어들어와 상품 하나 사지도 않고 시원한 얼굴로 나가는 고객들… 그럴 거면 적어도 깨끗하게 쓰던가… 바닥은 또 왜 그렇게 반짝거려야 하는지… 왁스질은 심야 알바들의 몫이다. 손님도 별로 없는데 잡지나 읽으면서 느긋하게 있고 싶단 말이다.
최저임금 겨우겨우 될까 말까 하는 시급으로 롯데호텔급 서비스는 왜 원하냐고.
그것을 생각하면 한국 알바생들은 정말 “시급에 맞게” 일하는 것 같다. 정말 자유롭게, 고객이 없는 시간에는 릴렉스하고 계산대 안에서 과자를 먹거나 게임하기에 바쁘다.
만약 일본이었다면 즉각 고객한테 컴플레인이 들어올 일이지만 한국에선 고객 자체가 알바생에게
상품을 팔아주는 이상의 서비스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컴플레인이 들어올 이유가 없다.

물론 “오모테나시(환대)”도 중요하겠지만
일본 편의점을 보고 있으면 점원이나 고객이나 더 어깨 힘 빼도 되는 거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