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온돌이여 영원하라(2)

떡국 urashimayuuki

김치는 물론 금속활자에 측우기까지, 한국인이 만들어낸 발명품은 여러가지지만, 온돌만큼 내 생활에 직접적인 혜택을 준 세기의 대발명도 없을 것이다. 아시다시피 한국, 특히 서울의 겨울은 춥고 길다. 남들보다 추위를 많이 타던 내가 서울에서 무사히 17번이나 겨울을 넘길 수 있었고, 나아가서 한국의 겨울에 대해 애착까지 느끼게 된 것은 다름 아닌 온돌 덕분이다.

살갗을 찌르는 듯한 칼바람에 뼛속까지 얼어붙은 채로 겨우겨우 집에 도착하고 현관문을 연 순간 온몸을 감싸는 어머니 품과도 같은 따스한 온기. 서둘러 신발을 벗고 올라가면 발바닥에서 천천히 올라오는 열이 추위에 곱은 발끝을 녹여 준다. 입고 있던 겉옷을 벗어던지고 마룻바닥에 벌렁 드러눕는다. 어느새 바닥의 열기는 온몸을 골고루 감싸고 방금 전까지 혹독한 추위에 떨었던 것조차 마치 꿈처럼 잊어버린다. 그리고 하얗게 김이 서린 안경 너머로 무지개처럼 빛나는 형광등을 올려다보며 이렇게 말한다. “아… 천국이 따로 없구나”라고.

일본인들은 “고타쯔”를 보고 “사람을 타락시키는 악마의 가구”라 말한다. 허나 고타쯔는 거기에 몸만 갖다대지 않으면 악마의 유혹에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하지만, 온돌의 경우는 그러지 못한다. 방 전체, 아니 집 전체가 모조리 악마 손 안에 있다. 어디로 도망을 가도 모든 사고를 둔하게 하고 사람을 타락시키는 저 지독한 “따스함”이 딱 달라붙어 다닌다. 그러고는 사람을 온돌 없이는 못 사는 몸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한국에는, 한국의 모든 사물에 대해 유난히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는 재한일본인들이 일정 비율 존재하는데, 그들마저 온돌에 관해서는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 따스함을 한번 체험한 순간, 그들은 이미 악마에게 영혼을 빼앗겨 버린 것일 테니까.

 

게다가 온돌에는 한 가지 더 아주 유익한 쓰임새가 있다. 그것은 바로 “자동 건조기” 기능이다. 서울의 겨울에는 빨래가 마르지 않는다. 실외는 하루 종일 영상으로 올라가는 일이 거의 없는 세상이다. 밖에 빨래를 널었다가는 순식간에 동태처럼 얼어붙고 만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실내에 빨래를 말리게 되는데 바닥에서 올라오는 열기 덕분에 반나절만 놔두면 완전히 뽀송뽀송하게 잘 마른다. 귀찮은 사람은 그냥 바닥에 적당히 펼쳐 놓고 방치하면 된다. 자기 전에 그래 놓으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뜨끈뜨끈한 양말을 신을 수 있다. 게다가 이 방법은 실내에 적당한 습도를 주는 데도 아주 유익하다.

 

자 여기까지 온돌의 매력에 대해 열변해 왔는데, 온돌은 역시 악마의 발명품인가 보다. 타로카드에 앞면과 뒷면이 있듯 온돌 때문에 일어나는 참혹한 비극 역시 존재한다. (3으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