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온돌이여 영원하라(3)

urashimayuuki

어떤 경위였는지 통 생각이 나지 않지만, 고디바 초콜릿을 받은 적이 있다.

아마 그 당시 일본어를 가르쳤던 학생한테서가 아니었나 싶다. 평소에 먹는 초콜릿 하면 롯데 가나초콜릿 정도였던 내게 고디바는 엄청난 사치품이었다. 바로 먹어치워 버리는 것은 너무 아까울 것 같아 다음에 작업하다가 쉬는 시간에 커피 한잔 하면서 먹어야지 하고 그 명품 종이봉투를 손에 들고 집을 향했다. 그날따라 매우 피곤했던 나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닥에 가방을 내던지고 바로 꿈나라로 떠났다. 맞다. 내던진 것은 가방 뿐이 아니었다. 그 명품 종이봉투도 함께…였던 것이다.
이튿날 아침에 잠에서 깬 나는 출근 준비를 하면서 문득 어제 바닥에 내던졌던 가방을 손에 들었다. 온돌바닥 위에 놓아 두었던 탓에 가방은 뜨끈뜨끈해져 있었다. 그때 가방 옆에 방치된 종이봉투가 내 시선을 끌었다. “아…안돼” 서둘러 그 봉투를 들어올려 바닥에 손을 대 본다. 아니나 다를까 가방과 마찬가지로 따끈따끈했다. “안돼 안돼” 종이봉투 안에서 역시나 찜통에서 갓 나온 왕만두처럼 된 작은 상자를 꺼내 기도하는 마음으로 뚜껑을 열었다… 상자 바닥에는 찐득찐득거리는 갈색 액체가 눌어붙어 있었고, “도대체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느냐” 하는 듯 원망스러운 자태로 굳어버린 내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바로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는 일단 말없이 뚜겅을 닫고 그 상자를 냉장고에 집어넣었다. 그날 저녁, 퇴근해서 다시 상자를 열어보고 이제는 “그냥 고급스러운 판초콜릿”으로 몰락해버린 “전 명품초콜릿”을 씹었다. 내가 여태까지 먹어본 그 어떤 초콜릿보다 씁쓸한 맛이 난 것은 그저 내 마음 탓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