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신문 2016년 6월 7일 릴레이 오피니언

책으로 이어진 이웃나라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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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카페 책거리 점주 김승복

1969년 한국 출생. 91년에 일본에 와 대학에서 일본문학을 전공. 작가인 나카자와 케이씨 등에게 배움. 졸업 후 일본에서 광고회사에 취직. 사진-니시다 히로키 촬영.

 

도쿄 진보쵸는 ‘책 냄새’가 나는 동네. 책을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읽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입니다. 그 일각에 작년 7월에 북 카페 책거리를 열었지요. 빌당 3층 17평 정도 공간에 한국어책 3천권, 한국에 관한 일본어책 500권정도로 시작했습니다.

책거리는 책 한권을 떼면 선생님께 감사하고 친구들과 파티를 하는 우리나라 전통적인 풍습이기도 합니다. 커피에서 한국산 맥주, 전통 유자차, 한국 떡도 있습니다. 주 2-3회 역사, 문화, 한국어를 테마로 전문가나 작가를 모시고 토크 이벤트며 워크숍도 엽니다. 참가자 80%가 여성으로 연령대는 두루두루. 한국어를 배우는 분들이 많이 오십니다. 여성들이 정서적으로 풍부한 것 같은데 이건 제 편견일까요.

 

일본의 출판사는 ‘팔리지 않으니까’ 라며 좀처럼 한국의 책을 내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나라도’ 라는  생각으로, 2007년에 출판사 ‘쿠온’을 도쿄에서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문학, 사회과학 등 40여 권을 만들었습니다. 그 연장 선상에서 북카페 ‘책거리’를 열어 곧 1년째가 됩니다.

 

이곳은 정보교환의 장이기도 합니다. 손님으로부터 이런 한국 책을 읽고 싶다는 말을 듣고 일본어로 번역출판하기도 하죠.

한국에서는 요시모토 바나나, 무라카미 하루키 등 일본의 작가가 인기입니다. 그러면 일본의 여러분께서는 한국의 시인이나 작가를 어느정도 알고 계시나요? 배우나 가수 등 이름은 많이 알고 계시죠.

한국문학은 재미없어서 관심이 없는 게 아닙니다. 언어의 문제가 있어서입니다. 예전 일본에서는 이데올로기나 정치 등에 관심을 가진 소수파들이 한국어를 배웠지요. 유감스럽게도 문화를 즐기는 언어로 접근을 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어요. 작품들은 별로 번역되지 않았고 그래서 알려지지 않은 거지요.

그러다 상황은 극적으로 바뀌는데, 바로  한류입니다.

드라마를 계기로 말을 배우고 이웃 나라를 찾게 됩니다. 최근에는 한국어를 아는 일본인 편집자들도 생겨 났습니다. 우리 말이 드디어 ‘ 보통 외국어’가 된 것 같습니다.

이웃인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고대부터 줄 곧 이어지고 있습니다. 때로는 멀어지기도 하고 가까워지기도 하면서. 우리들 개인들은 이런 영향을 전혀 받지 않으며서 살 수는 없지요. 그렇지만 다른 언어나 문화를 배경으로 한사람 한 사람이 이야기를 나눈다면 또 다른 관계가 태어나고 좋은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책거리’를 그런 공간으로 만들어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