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주택가 풍경1

urashimayuuki

한국에 살았을 때 난 가장 긴 시간을 “주택가”에서 보냈다.
주택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평범한 일상을 꾸려가는 무대 같은 곳이다.
예를 들어 번화가나 관광지가 풀메이크업으로 무장한 얼굴이라 치면
주택가에는 바로 그 나라의 “쌩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주택가를 보면 번화가나 관광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 나라만의 본질을 느낄 수 있다.

한국 주태가에만 익숙해져 있는 눈으로 일본 주택가를 바라보면 제일 먼저 깊은 인상을 남기는 게 그 “깔끔함”이다.
마치 입주자를 기다리는 35평형 신축 아파트 거실처럼 청결하고 정돈된 풍경.
“여기에 진짜로 사람이 사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활감과는 동떨어진 분위기.
아니 일본이나 한국이나 건축물이나 기본적인 도시 인프라, 그리고 도로 폭 등에는 큰 차아기 없을 텐데,
그 기묘한 “다름”은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인지 유심히 생각해 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한국 주택가 풍경을 떠올릴 때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아이템인 “불법주차된 차량”이 아예 없는 것이다.

한국은 만성적 주차장 부족에다가 일본처럼 주차공간을 증명할 서류가 없어도 자가용 구입이 가능해서
주차장 없는 “노숙 자동차”가 길거리에 넘쳐나 보행자들의 시야를 가리게 된다.
나는 한국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 불법주차된 차량 뒤에서 언제 뛰쳐나올지도 모르는 어린이나 배달 오토바이 때문에 아찔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만약 그럴 때마다 10년씩 감수했다면 나는 아마도 지금쯤 20번째 인생을 살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한국 주택가에는 꼭 있고, 일본 주택가에는 없는 게 하나 더 있다. (한일 주택가 풍경2에서 계속됩니다)